시진핑 재벌夢?

박승준 논설고문() | Posted : December 13, 2020, 18:00 | Updated : December 13, 2020, 18:00

“중국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 새로운 패러다임, ‘중국 주식회사(China Inc.)'에서 ‘중국공산당 주식회사(Chinese Communist Party Inc.)’로.” 미 스탠퍼드 대학 후버(Hoover)연구소가 운영하는 중국 연구 온라인 계간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 겨울호에 그런 제목의 소논문이 올라왔다. 필자는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주드 블란쳇(Jude Blanchette). 월스트리트 저널과 파이낸셜 타임스, 포린 어페어즈와 포린 폴리시에 중국의 정치, 경제, 외교의 트렌드에 대해 깊이 있는 관찰과 분석이 담긴 글을 쓰는 학자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새로운 홍위병 : 급진주의 부활과 마오의 부활(China's New Red Guard : The Return of Radicalism and the Rebirth of Mao Zedong)>이라는 책을 썼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중국의 국내 경제 체제에 중대한 변형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개혁은 기업들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기조 위에서 중국공산당 조직과 공기업, 민간기업의 조직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 개혁에서 중요한 역할은 ‘국무원 국유자산 관리위원회(SASAC·State-owned Assets Supervision and Administration Commission)’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는 기업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자본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정치적인 통제력은 중국공산당이 행사하고 있으며, 시진핑 시대는 공기업과 민간기업, 시장경제와 계획경제를 혼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현을 목표로 ‘다퉁(大同)’사회의 건설을 추구하던 이상주의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시대는 1976년 9월 마오의 사망으로 끝났다. 프랑스 유학파로 마오가 죽은 뒤 권력을 장악한 현실주의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부터 사회주의에 시장경제 시스템을 접합시키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만들어왔다. 정치 개혁은 유보한 채 경제 개혁만 밀어붙인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구축 작업은 중국을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나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은 정치와 금융을 중국공산당이 관리하는 경제체제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이미 중국의 경제체제는 ‘국가 자본주의’에서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당 자본주의(CCP Capitalism)'로 변형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전의 ‘중국 주식회사(China Inc.)'가 ’중국공산당 주식회사(CCP Inc.)’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블란쳇은 중국의 경제체제가 국가 자본주의에서 당 자본주의로 변형되어 가고 있는 방식은 우선 SASAC를 비롯한 자본 관리 위원회와 기관들이 기업의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국유기업들 간의 합병흡수를 유도해서, 보다 자산규모가 큰 기업으로 키운 다음, 그 기업의 조직을 중국공산당이 장악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그 결과 2003년에 189개이던 핵심 국유기업의 숫자가 흡수 합병을 통해 2020년 현재 96개로 숫자가 줄어들었으며, 이 숫자는 2030년대에는 80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는 시진핑 체제의 목표는 숫자를 줄이고 크기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 예가 지난해 11월 26일 중국내 1위 조선기업 중국선박집단유한공사(CSSC)와 2위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를 합병해서 세계 최대의 조선회사 중국선박공업집단(CSG)을 발족시킨 것이다. 이 합병을 주도한 것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였으며, SASAC는 10월 25일 두 조선회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CSSC와 CSIC는 1999년 7월1일 장강(長江)을 경계로 남북 두 회사로 분할됐다가 20년 만에 다시 합쳐졌다. 이번 합병으로 CSG는 147개 연구기관과 사업부문, 상장 기업을 합해 총 자산규모 1120억 달러(132조원)에 직원 수 31만명으로, 항공모함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운반선을 제조할 수 있게 됐다. 합병 이전에도 CSSC의 점유율은 11.5%로 세계 2위, CSIC의 점유율은 7.5%로 세계 3위였다. CSSC와 CSIC의 지난해 연 매출을 합하면 85조원을 넘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는 것이 국제적 조선업계 분석기관 클랙슨 리서치의 추산이다. 이에 앞서 2017년 8월에는 중국내 1-2위 석탄생산기업 신화(神華)집단(Shenhua Group)과 중국국전(國電)집단공사(Guodian Group)가 합병해서 총자산규모 2740억7000만 달러 규모의 국가능원(能源)투자집단(State Energy Investment Group)을 발족했다. 2015년에는 중국베이처(北車)주식유한공사(China CNR Corporation Limited)와 중국난처(南車)주식유한공사(China South Locomotive & Rolling Stock Corporation Ltd.)가 합병해서 세계1위의 철도건설기업인 중국중처(中車)주식유한공사(China Railway Rolling Stock Corporation Ltd)를 발족시켰다. 이 두 건의 합병도 SASAC가 주도한 것은 물론이다.

블란쳇에 따르면, 중국이 이처럼 ‘국가 자본주의’에서 ‘당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 앞서 ‘국가 자본주의’를 구축한 한국의 ‘재벌(Chaebol·財閥)’ 시스템과 일본의 ‘게이레츠(Keiretsu·系列)’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는 것이 홍콩의 중국경제 전문가 아서 크뢰버(Arthur Kroeber)의 진단이다. 크뢰버는 2016년에 출판한 ‘China's Economy(중국경제)’에서 “한국의 재벌체제는 가족 중심으로 형성됐고, 일본의 게이레츠가 재벌그룹 소유의 은행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반면,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수립을 주도한 중국공산당이 주도하고, 기업의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당 자본주의’로 체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공산당은 이 같은 ‘당 자본주의’ 구축을 위해 시진핑이 당 총서기로 선출된 다음해인 2013년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의 결정에 따라 “국가의 전략적 목표 달성과 국가 안보, 경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반적인 국가경제에 대한 관리를 ‘기업에 대한 관리 방식에서 자본에 대한 관리 방식으로(從管企業到管資本)’ 전환하기 위해 국유자산관리위원회(SASAC)를 설립했다. 이 SASAC의 통제에 따라 국유기업들의 투자부문을 총괄 관리하는 국가개발투자집단유한공사(SDIC)를 설립했으며, 양곡과 식용유의 수급을 통합 관리하는 ‘COFCO Group(中糧集團)’의 자회사로, COFCO Group의 자본을 통제하는 ‘COFCO Capital(中糧자본투자유한공사)을 설립했다.

현재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시진핑이 제시한 2050년 ‘중국의 꿈(中國夢)’ 달성을 위해 중국대륙에 시속 300㎞가 넘는 고속철도망을 깔고. 이 고속철도망을 아시아와 유럽으로 확장해서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프로젝트도 SASAC가 합병을 주도해서 형성한 중국중처(中車)주식유한공사(‘중처(中車)’의 발족이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19세기에 러시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건설한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에 세계 1위의 패권국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와 힘을 겨루던 영국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건설 목표지점이 한반도라고 판단하고, 러시아의 조선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1885년 3월 발틱함대를 조선으로 보내 거문도를 점령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영국의 거문도 점령은 1887년 2월까지 2년 가까이 계속됐으며, 당시 청나라 위안스카이(袁世凱)가 편지로 고종에게 영국함대의 거문도 점령을 알려준 사실이 역사에 기록돼있다. 19세기 국제사회에서 패권국가였던 영국은 당시 자체 기준으로 ‘Far East(極東. 중국어로는 遠東)라고 부르던 한반도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고 판단, 1902년 일본과 동맹을 체결해서 러시아의 한반도 진출 저지를 일본에게 맡겼으며, 영국과 동맹을 맺은 일본은 1905년 중국 랴오둥(遼東)반도로 진출한 러시아군과 러일전쟁을 벌여 승리함으로써 한반도와 조선왕조에 대한 정치, 경제적 권리를 보장받는 포츠머스 조약을 체결한 사실을 역사에 기록했다. 일본은 1894년에 청을 상대로 벌인 청일전쟁의 결과 승리해서 1895년 리훙장(李鴻章)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서명한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해서 조선왕조를 청의 영향권에서 분리시킨 또다른 역사기록을 남겼다. 포츠머스 조약과 시모노세키 조약은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를 보장해준 국제조약이었다.

블란쳇의 차이나리더십 모니터 겨울호 소논문은 우리 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보다 깊은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논설고문>
 

기술 자립 촉구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 (상하이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2일 상하이에서 열린 '푸둥(浦東) 개발·개방 30주년 축하 대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2050년 무렵까지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을 다해 기술 자립을 위한 '혁신 엔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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