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술시장…미술작품에 주목하는 호텔들

기수정 문화팀 팀장() | Posted : June 8, 2022, 11:00 | Updated : July 7, 2022, 09:33

제주 최대 규모 아트 페어 '2021 아트 제주'가 지난해 11월 열렸다. [사진=기수정 기자]

작년 11월 25일 오후 3시. 제주시에 위치한 메종 글래드 제주 호텔은 북새통을 이뤘다. '아트 제주'에 참여하기 위해 호텔을 찾은 이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아트 페어 개최 기간, 과거 구매 이력이 있는 손님 500명을 포함해 지자체 관계자와 기업 미술사업부 담당자 등 수천명이 호텔을 찾았다. 호텔은 행사를 앞두고 객실 1박과 아트제주 VIP 입장권을 포함한 '글래드 투 밋 아트제주 2021 패키지'를 판매했었다. 이로 인해 객실도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기록했다. 

'아트 테크' 열풍을 타고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미술작품에 주목하는 호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제주지역 특급호텔들은 국내·외 전시와 연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자체 '아트 페어'나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일부 호텔은 건물 전체를 고가 미술작품으로 채우고, 호텔 공간 일부를 미술관으로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호텔의 고급스러움을 각인시키고, 차별화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 미술시장 1조 시대···MZ세대도 '아트테크' 가세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지난해 거래액 9000억원을 가뿐히 넘겼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1년 한국 미술시장 결산'에 따르면, 거래 총액은 9223억원 규모다. 지난 2020년(거래 총액 3291억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미술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는 미술작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아트테크'가 큰 역할을 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의 가치는 주식이나 채권보다 경제 지표에 덜 민감해 매력적인 대체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미술시장 규모가 커지는 주된 요인은 '온라인화'였다.

아트바젤과 금융그룹 UBS가 발표한 '2021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미술작품 온라인 거래 비중은 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의 2배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세도 비중 확대에 한몫을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경매사들은 온라인 경매를 늘리기 시작했다.

아트테크에 참여하는 MZ세대가 증가한 것도 시장 규모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서울옥션의 지난해 신규 회원 중 약 3500명은 온라인으로 가입한 30대였다.

수집가(컬렉터)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젊은 작가의 작품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작품을 구매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작품이 품은 의미를 찾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에디션 알리앙스 도슨트 투어 [사진=그랜드 조선 제주]

◆호텔이야, 미술관이야? 

호텔도 미술작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트 페어를 개최해 매출을 올리고, 전문 해설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한다. ​호텔의 변화는 미술시장 열풍과 맞물려 동반 상승효과(시너지)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글로벌 아트 에디션 플랫폼 '에디션 알리앙스(L’EDITION ALLIANCE)'와 협업해 호텔 곳곳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의 해설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는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에디션 알리앙스'는 국제적인 갤러리와 역사 깊은 판화공방들의 작품들을 기획해 국내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도록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그랜드 조선 부산·그랜드 조선 제주 총 3곳에 입점했다. 

그랜드 조선 제주가 투숙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도슨트 투어는 에디션 알리앙스의 전문 해설사와 함께 호텔 내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관람하며 해설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그랜드 조선 제주의 본관, 힐 스위트관 각각에는 우고 론디노네, 게리 흄, 최정화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21세기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도슨트 투어는 매주 금요일 6명 정원으로 본관 투어는 오후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힐 스위트관 투어는 오는 6월부터 오전 10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진행된다. 호텔 액티비티 센터로 유선 예약 또는 본관 5층 에디션 알리앙스에서 현장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는 미술 대중화 브랜드인 '프린트 베이커리(Print Bakery)'와 손잡고 아트 컬렉션 전시 및 판매 공간인 오픈 갤러리 '프린트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 – 프로젝트 블랭크'(Project Blank)를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연 5~6회에 걸쳐 프린트베이커리에서 운영하는 장흥 가나아틀리에 소속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고 고객들이 편안하게 시각 예술, 설치, 음악 등 다양한 형태의 아트 콘텐츠를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공간 옆에 마련된 아트숍에서는 판화, 포스터, 러그, 식기, 휴대폰 케이스 등 다양한 상품도 판매한다.

현재 프린트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김제언 작가의 기획전 ‘에브리 데이 에브리 모멘트(Every Day Every Moment)’를 전시 중이다. 전시는 오는 7월 5일까지 운영된다. 김제언 작가의 회화 6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Banyan Tree Club & Spa Seoul)은 클럽동 로비에서 상설 미술 작품 전시를 진행한다.

반얀트리 서울은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휴식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클럽동 로비에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갤러리 플래닛과 협업을 통해 미술, 사진 등 국내외 유명 작가와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롯데호텔 월드에 비치된 'LG 클로이 가이드봇(이하 가이드봇)'은 호텔의 주요시설 및 주변 관광지 정보 안내뿐 아니라, 호텔 로비 곳곳에 전시된 예술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파라다이스시티 로비에 전시됐다. [사진=기수정 기자]

◆ 화장실에 박서보 작품이? 호텔 전체가 미술관 

호텔 곳곳에 미술작품이 마련된 호텔도 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만나는 소품조차 고가의 작품이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개관 당시 화제가 됐던 일본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부터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골든 레전드', 현존하는 가장 비싼 예술가로 꼽히는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작품 '게이징 볼-파르네스 헤라클레스' 등의 작품을 들였다.

호텔 내부에만 3000여점 작품이 설치됐다. 박서보의 붉은색 소품과 이우환 판화 등 호텔 화장실에서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호텔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긴 시간 작품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객실이 시작되는 5층부터 11층까지 모든 복도에도 국내 작가 작품이 걸려 있다.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다. 

아예 별도의 미술관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를 조성하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까지 40여만명 방문객이 찾았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공간이다.

◆제주 최대 규모 아트 페어···객실 가동률도 '증가'

메종 글래드 제주에서 열리는 '2021 아트제주'는 제주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 페어가 됐다.

지난 2018년 매출 14억원을 올린 아트제주는 2019년 2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세로 개최되지 않았지만, 2021년 역대 '최대' '최다' 기록을 달성하며 성료했다. 

출품작은 국내외를 포함해 1000여점에 달했다. 특히 구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요제프 보이스, 라이언 갠더, 알렉스 카츠 등 해외 유명 작가는 물론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백남준, 변시지, 이왈종, 이동기, 하태임, 이창효 등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아트제주를 찾은 방문객 수는 7000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였다. 거래 총액은 역대 '최대'인 25억여원을 달성했다. 특히 고객에게 전시를 공개하기 전 VIP 고객을 초청해 선보인 11월 25일 단 하루의 VIP 프리뷰 전시회를 통해서만 매출 7억원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호텔 NFT 갤러리 선보인 안다즈 서울 강남 [사진=안다즈 서울 강남]

◆업계 최초로 NFT 작품 전시한 호텔도 

안다즈 서울 강남은 국내 최초로 호텔에 접목한 NFT 아트 갤러리 프로젝트 'Enter X: 몽환경(夢幻境)'을 진행했다. 안다즈 서울 강남 1층 로비와 지하 2층 수영장 LED 스크린을 통해 전시하고, 작품도 판매했다. 호텔 로비에 작품 6점, 수영장에 3점 등 총 9점의 작품이 연출됐다. 작품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매시 정각부터 15분 간격으로 전시됐다. 

안다즈 호텔 관계자는 "젊은 예술가들이 선호하는 미술적인 요소가 호텔 전체에 반영돼 있어 NFT 아트 갤러리에 가장 적합하고 시너지 효과가 높은 호텔로 판단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후안 메르카단테 호텔 총지배인은 "호텔 내 공간을 제공해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주고, 고객 및 방문객들에게 국내 최초로 호텔과 NFT 디지털 아트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풍성한 볼거리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 로비의 오픈된 공간과 수영장의 색다른 공간에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호텔 주요 고객층인 MZ세대 호응도가 높았다"고 부연했다. 

한편 호텔 1층에 위치한 라운지 아츠(A’+Z)는 아트 큐레이션 플랫폼 오픈월(OEPN WALL)과 협업해 오는 6월 30일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작품은 격월로 교체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제 호텔은 숙박시설을 넘어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 됐다. 호텔 문턱도 한층 낮아졌다. 우리가 MZ세대를 주 고객으로 삼는 이유"라며 "호텔들은 앞으로 이런 추세에 더 주목하고 젊은 고객을 공략할 미술 콘텐츠를 더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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