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공식 출범...'삼바 출신' 이원직 대표, 삼성 DNA 심는다

남라다 기자() | Posted : June 9, 2022, 15:44 | Updated : June 10, 2022, 13:53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프로필. [그래픽=아주경제 DB]

롯데그룹의 새 성장동력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법인 등기절차를 마무리하고 공식 출범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초대 수장으로는 '삼성맨'인 이원직 상무가 낙점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을 롯데 바이오 사업의 초대 수장에 앉힌 배경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 등기절차 마무리...초대 CEO에 '삼성맨' 낙점

롯데지주는 지난 7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법인 설립 등기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9일 공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자본금은 10억원이다. 현재 발행주식 수는 총 20만주로, 1주당 금액은 5000원이다. 롯데지주가 자본금의 80%를 현금 출자했다. 취득 주식은 16만주다. 주식 취득 금액은 104억원으로, 자기 자본 대비 0.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롯데는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 설립에 관련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롯데는 지난 4월 27일 '롯데바이오로직스' 상표를 공식 출원한 지 44일 만에 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했다.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그만큼 롯데그룹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필요하다는 신 회장의 위기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신 회장은 올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새로운 시장과 고객 창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며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롯데 유통 계열사들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 전체가 휘청인 탓이다. 유통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2019년 연간 427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076억원으로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내수 소매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롯데의 사업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가 바이오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공식 출범을 알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사회 구성도 마쳤다. 이사회는 대표이사 포함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초대 대표이사(CEO)로는 ESG경영혁신실 산하 신성장2팀을 이끄는 이원직 상무가 선임됐다. 지난해 8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자리를 옮긴 이 신임 대표는 10개월간 롯데의 바이오 사업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사내이사도 겸임한다. 

하종수 롯데글로벌로지스 SCM사업본부장(상무보)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하 상무는 롯데로지스틱스 경영지원부문장, 롯데글로벌로지스 HR담당 임원, 롯데글로벌로지스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해외 사업을 전개할 때 하 상무의 역할도 주목된다.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이훈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 부사장과 일본 국적의 마코토 미야시타씨가 확인된다. 아울러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목적에는 의약품 도매업과 의약품 제조업, 부동산 임대업이 기재됐다. 이를 고려할 때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생산뿐 아니라 유통 사업까지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에브리 스텝 포 그린(Every Step for Green)' 전시를 찾은 신동빈 롯데 회장의 모습. [사진=롯데지주]

◆삼성 '바이오 DNA' 심는다...'글로벌 톱10 제약사 진입' 청사진 제시할 듯

삼성바이오 설립 과정에 관여했던 이 대표는 신 회장이 밝힌 향후 10년 내 '글로벌 10위 제약사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는 향후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선언한 바 있다.

신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바이오 부문에 '정통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사인 '삼성맨'을 앉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롯데가 과거 10년가량 롯데제약을 운영한 경험은 있지만, 바이오 사업 노하우가 없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바이오 사업의 특징상 기술 노하우가 없는 후발주자에겐 일감을 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기에 외부 인사를 낙점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바이오 DNA'를 롯데에 심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공한 기업을 모방하는 창업 관행인 '패스트 팔로잉(fast follwing)' 전략이 엿보인다. 삼성바이오의 성장 전략을 벤치마킹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 회장이 바이오 분야 가운데서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문을 두드린 것 역시 이 대표 발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 대표가 11년간 몸담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사업이 바로 CDMO로, 업계에서 CDMO 생산규모가 가장 크다. 2012년 말 3만ℓ(리터) 규모의 1공장 준공을 시작으로 2015년 15만ℓ 규모의 2공장을, 2018년에는 18만ℓ 규모의 3공장을 잇달아 준공했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25만6000ℓ)이 완료되면 CDMO 분야 생산능력은 62만ℓ로 압도적 세계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든든한 고객사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글로벌 10위 내 대형 제약사 중 존슨앤드존슨·로슈·노바티스·머크·GSK·BMS 등 6곳과 계약을 맺고 있다. 이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사이언스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노바티스와 계약 건을 포함해 총 5건의 CMO 수주에 성공했다. 총 계약 규모는 4974억원에 이른다. 

롯데가 지난달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Bristol-Myers Squibb·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는 데 있어서도 이 대표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근무하기 전 2005년부터 5년간 BMS에서 글로벌 품질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다. BMS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협력사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BMS를 잘 아는 이 대표가 신 회장에게 공장 인수를 제안하는 등 인수 작업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CDMO 시장을 겨냥한 점에서 비슷한 성장 경로를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투자 방향에선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롯데만의 독특한 투자 방식을 대입할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롯데는 신사업을 시작할 때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를 인수한 후 과감하게 투자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방법을 고수해 왔다.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반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공법을 택했다. 진출 초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직접 생산공장을 짓고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그간 주요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식으로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워 왔다"며 "투자 금액을 보더라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자체 공장보다는 중소 업체와의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Aju Business Daily & www.ajunews.com Copyright: All materials on this site may not be reproduced, distributed, transmitted, displayed, published or broadcast without the authorization from the Aju News Corporation.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