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규모 'SiC 전력반도체' 시장 향한 R&D 열기 후끈

김수지 기자() | Posted : June 26, 2022, 15:00 | Updated : June 26, 2022, 15:35
국내 반도체업계가 실리콘카바이드(SiC)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선다. 4~6인치와 달리 아직 시장이 본격 개화하지 않은 8인치 분야를 선점하며 차세대 전력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성장세에 힘입어 전력반도체의 수요도 급성장이 전망된다. 반도체가 주요 전략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까지 나서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기업들도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R&D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향후 해당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11배 커지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전기車 성장 덕분”
26일 업계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점차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욜 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는 SiC 웨이퍼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이 올해 1조1000억원에서 2030년 12조28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SiC 웨이퍼 시장 또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이 필요한 전자제품, 전기차, 수소차, 5G(5세대) 통신망 등의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최근 SiC를 소재로 만든 전력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실리콘(Si) 등 소재와 달리 SiC는 내구성 측면에서 우수성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SiC 전력반도체는 고온과 고전압의 극한 환경에서 98% 이상의 전력 변환 효율을 유지하는 등 내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 안전성과 범용성을 두루 갖춰 기존 실리콘 전력반도체 시장을 대체하는 차세대 제품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내구성이 중요한 전기차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요가 많은 것과 달리 기술 개발의 부족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소수 기업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올해 1000만대에서 2030년 5900만대로 5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SiC 전력반도체의 부족은 심화할 전망이다.
 

경북 구미에 있는 SK실트론 생산 시설에서 연구원들이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SK실트론]

웨이퍼부터 파운드리, 팹리스까지…韓, R&D 열기 후끈
국내 기업들은 최근 SiC 전력반도체 R&D 작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웨이퍼 제조 기업 SK실트론은 올 하반기 SiC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투자를 발표했던 구미2공장을 비롯해 미국 현지에 증설 중인 SiC 전력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장 모두 다음 달 가동을 목표로 한다. 두 공장은 향후 6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한다.
 
이 경우 SK실트론의 SiC 전력반도체 웨이퍼 생산 물량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회사는 별도로 웨이퍼의 캐파(생산능력)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추가로 두 공장을 모두 완전히 가동하게 되면 지난해 연간 출하량 대비 2025년 기준 10배가 넘는 생산능력이 갖춰질 전망이다. 또 SK실트론은 이와 함께 8인치 SiC 전력반도체 웨이퍼에 대한 R&D도 진행 중이다.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하는 DB하이텍도 SiC로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최근 회사는 국책사업에 참여하며 SiC 전력반도체 8인치를 파운드리로 양산하기 위한 기술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대상은 SiC 모스펫 반도체로 모스펫은 반도체 종류의 일종이다.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중장기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실리콘을 소재로 한 모스펫 반도체는 이미 생산해왔다. 하지만 SiC를 기반으로 한 반도체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책사업 등 선제적인 R&D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최근 수년간 SiC 반도체 시장을 파악하는 등 탐색 개발을 해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iC 전력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도 마찬가지다. LX세미콘은 SiC 전력반도체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LG이노텍 청주공장에 있던 SiC 반도체 제조 장비를 비롯해 특허권 등 유·무형 자산을 인수했다. 당시 인수했던 장비 등을 기반으로 현재 청주사업장에서 SiC 전력반도체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DB하이텍 부천 공장 라인 [사진=DB하이텍]

日 등 해외 업체도 R&D 도전장…“시장 선점 나서야”
업계에서는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SiC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및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차세대 분야로 부상하면서 해외 각국 기업들도 이미 대규모 투자를 통한 R&D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전자부품업체 로옴은 2025년 SiC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기존 계획의 3배에 달하는 1700억엔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후쿠오카 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 크리 등 소수 기업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정부는 다수 국내 기업과 함께 국책과제를 통해 전력반도체 상용화를 위한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책과제에 나선 DB하이텍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와 전력반도체 기업 파워큐브세미, 반도체 전문기업 KEC 등이 참여했다. 점차 이 같은 국책과제 방식의 R&D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를 포함한 전체 SiC 소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진출해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을 조기 선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미리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력반도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고전압이나 고전류도 버텨야 하는 것”이라며 “실리콘은 SiC보다 내구성이 약해서 그 정도로 효율성 있게 만들려면 부피가 엄청나게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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